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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씁니다

사람이 진짜 싫어지는 날

by 갈수록 2021. 1. 19.

독일에 오면서 인간관계가 아주 미니멀하게 정리가 됐다.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 거다. 전화번호도 바뀌기는 했지만, 사실 거의 핸드폰 메신저로 연락하기 때문에... 전화번호 변경은 회사 관련 일을 제외하고 영향이 없다. 이제 가족을 '포함해서'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 한국에 가서 만나야 되는 사람이 많으면 어쩌지 했었는데, 전혀 필요하지 않은 걱정이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이 정리가 되어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게 될 것도 같다. 

여기 와서 새로운 인간관계도 생겼다. 여기서 생기는 인간관계에서 나는 상대적으로 약자다. 내가 지금 끄나풀이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놓치지 않으려고 굉장히 애를 쓰고 있다. 사실은 나만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을 관계와, 관계 중의 맥락에서 나 혼자 상처를 받고 있다. 이제 마흔이 넘었다. 남은 인생이 그다지 길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이 꽤 있다. 그래서 쓸데없이 상처 받기보다 내가 사는 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

 

1. 독일에서 새로 생긴 A와의 관계를 접기로 했다

나는 본인 기분에 따라 연락을 하는 A로 인해 마음이 많이 상해왔다. 그와 이어지는 메신저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 메신저 관계라니, 코로나가 인간관계를 전부 온라인으로 옮겨놓았네.

이 나라에서는 대부분 왓츠앱이라는 메신저를 사용한다. 한국에서 카카오톡 안 깔려있으면 뭐가 안 되듯, 여기서 왓츠앱이 그렇다. A와는 주로 왓츠앱으로 소통을 해 왔다.

내 생일이었다. A는 그날따라 시간이 될 때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언제 시간이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전화 통화라니... 그는 영어가 너무나 엉망진창이고, 나는 독어를 거의 못하기 때문에 통화를 할 생각을 하니 불편했다. 그렇지만 고독한 타향에서 가끔씩 다정한 메시지를 보내주는 A는 나에게 '끄나풀'인 것이다. 굉장히 불편했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A는 그러고 나서 잠수를 탔다. (어차피 전화 통화가 나도 불편했어서) 내심 다행이다 생각했지만, 기분은 상당히 더러웠다. 약속도 아닌 약속을 아예 하지 말던지.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 한다. 물론 나의 기준이다.

그러고 분통이 조금 사그러들었다. 가만 앉아서 지금까지 A가 나에게 보인 관계에서의 행태를 돌이켜보았다. 내가 파악한 A는 기분파다. 본인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졌을 때는 사람들에게 마구 연락을 하다가, 또 한동안 연락을 끊는다.

난 남의 기분에 맞추어 놀아주는 도구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혼자 A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2. 나에게 끊김을 당한 A의 소통에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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